1. 주인 없는 가방

 

 

나는 작년까지 서울에서 모범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택시기사였다.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 내 인생은 완전히 바껴버렸다.

이제 여러분에게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것은 작년 이 맘 때 일어났다.

그 날도 오늘처럼 날씨가 좋지 않았다.

봄비라고 하기에는 차갑게 느껴지는 빗방울이 하루 종일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날따라 손님이 정말 없었다.

하루 종일 태운 손님이 5명도 안되었고, 그 중에 반은 기본요금 손님이었다.

간혹 이렇게 손님이 없는 날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또 처음이었다.

그러다가 저녁 10시 쯤 되었을 때였다.

이제 그만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강남의 빌딩가를 지날 때 한 손님이 손을 흔들었다.

코엑스(COEX) 근처였다.

예쁘게 생긴 여자가 빨간 케리어 가방을 잡고 서 있었다.

나이는 대략 2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그 손님의 목적지는 명일동이었다.

막판에 좀 수입을 올려주는 손님을 태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신나게 택시를 몰았다.

그러면서 나는 신호대기로 차가 잠시 멈출 때마다 백밀러로 뒤에 앉은 여자를 훔쳐보았다.

얼굴은 비치지 않았지만 그 여자는 살구빛 원피스를 입은 것이 스타일이 매우 좋아 보였다.

어디 해외 여행이라도 다녀온 것일까?

 

그러고 보니 태울 때 그 여자의 가방 손잡이에 항공사 태그가 붙어 있는 것을 본 것 같았다.

 

그러다가 나는 운전하면서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지금 그녀가 했던 이야기의 전부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녀가 시트 등받이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내 코를 황홀하게 했던 그녀의 향긋한 향수냄새만큼은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향기를 맡았을 때 순간 심장이 덜컥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게다가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마치 애기가 앵앵거리는 듯한 목소리여서 남자들이 한 번 들으면 백이면 백 반해버릴 것만 같은 목소리였다.

그런 목소리를 가진 여자라면, 설령 얼굴이 폭탄이더라도 충분히 커버될 만큼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고개를 쑤욱 내밀고 마치 귓가에 속삭이듯 이야기를 건네니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황홀한 목소리를 바로 귓가에서 들으면서 운전에 집중하는 것은 솔직하게 말해서 정말 어려웠다.

그만큼 그녀의 목소리와 향기는 정말이지 남자를 황홀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처음에는 길이 많이 막힌다는 말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말문이 터진 우리는 마치 애인 사이처럼 때로는 웃기도 하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간만에 즐거운 손님을 태운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가 그녀는 문득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근데요, 이름만 대도 알만한 유명한 여자 연예인 중에 사실은 남자도 있다는 거 아세요?"

 

", 설마요..."

 

나는 웃으면서 설마 그럴리가 있냐고 했다.

 

"정말 있어요. 아마 이름 들으면 깜짝 놀랄 걸요."

 

"에잉, 누군데요? 한 번 말해 보세요."

 

그러자 그녀는 꺄르르 웃으면서 정작 어느 여자 연예인이 남자인지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어쩌면 나중에 알게 될 지도 모를 거라고 했다.

조금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 당시에 나는 그냥 흘려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나는 정말로 그 연예인이 누군지 알게 되었고, 심지어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겠다.

하여튼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난 뒤부터 그 여자에게서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었다.

 

드디어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그녀가 내린 곳은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빌라촌이었다.

그녀는 택시요금으로 내게 10만원권 수표를 내밀었다.

나는 수표를 보고 조금 얼굴이 찡그려졌다.

거스름 돈 때문이 행여나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수표가 아닐까 싶어서였다.

그것이 내 표정에 드러나기라도 한 걸까?

여자는 내 얼굴을 보고 생긋 웃더니 수표에 기서를 해 주었다.

사실 가끔 수표를 지불하려고 하는 손님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손님은 별로 없다.

수표에는 그녀의 모습과 걸맞는 귀여운 글씨체로 김승연이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신분증도 보실래요?"하면서 자신의 주민등록증까지 건네 주었다.

나는 그녀의 신분을 확인하고 그녀에게 거스름 돈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팁이에요'라고 하면서 그냥 택시에서 내렸다.

나는 이게 웬 횡재냐 싶어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택시를 몰고 도로로 나갔다.

 

그러다가 문득 그녀가 캐리어 가방을 갖고 내리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차를 세우고 뒷자리를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가방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나는 서둘러 차를 되돌려 그녀가 내렸던 곳으로 향했다.

행여나 그녀가 이미 집 안에 들어가 버렸으면 어쩌나 싶어서 서둘렀다.

그녀가 내렸던 곳에 택시를 세우고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살펴보니 다행히 저 쪽 끝에 살구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손님~!!!"

 

나는 소리치면서 그 여자를 불렀다.

내 소리에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내 택시에서 내린 그 아가씨가 틀림없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손님에게 말했다.

 

"가방을 그냥 놓고 내리셨네요. 가방 가지고 가셔야죠."

 

그런데 그녀는 내 말을 듣고도 가방을 가지러 오지 않았다.

그러기는 커녕 나를 보면서 잠시 동안 빙긋 미소를 짓더니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저 가방 가지고 타지 않았는데요. 저 빨리 들어가야 해요.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고는 쏜살같이 빌라 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의 가방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결국 택시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앉아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뒷자석을 살펴보았다.

뒷자리에는 빨간색 캐리어 가방이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분명히 코엑스에서 그녀가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그 모습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데도 정작 저 여자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한다.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나는 일단 뒷자리에 있는 캐리어를 트렁크에 옮겼다.

그리고 이제 집에 돌아가 그만 쉬고 싶어졌다.

어짜피 그 여자를 태우기 전부터 이제 돌아가기로 생각했던 참이였다.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

웬일인지 오늘은 전보다 깨끗이 씻고 싶어졌다.

그래서 비누 대신 바디크림으로 온 몸 구석구석을 신경써서 깨끗이 닦았다.

바디크림의 향긋한 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개운하게 샤워하고 나오니까 웬지 어질러져 있는 방이 신경쓰였다.

몸이 꽤 피곤하긴 했지만 이 방부터 정리하고 나서 잠을 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방 청소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으니 이제 슬슬 정리를 할 때가 되기도 했다.

나는 무슨 일이든 한 번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기 때문에, 일단 청소를 시작하면 집안의 물건들을 온통 뒤집어 놓고 나서 다시 정리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책상 위에 흩어져 있는 책과 그릇들을 치우고 먼지를 털고 걸레질까지 했다.

부엌에 있는 그릇들도 모두 설겆이를 하고 찬장의 그릇들도 모두 다시 정리를 했다.

그렇게 한참 수선을 떨고 보니, 내 방은 여자의 방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깔끔해졌다.

책꽂이의 책들도 반듯하게 서 있고, 옷장에 옷들도 보기 좋게 개어 놓았다.

청소를 끝내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개운한 마음으로 잠시 담배 한 개피 피러 밖에 나왔다.

집 안을 온통 뒤집어 놓고 청소를 하는 바람에 시간이 꽤나 흘러서, 지금 시간은 벌써 새벽 3시가 넘었다.

나는 담배를 피다가 아까 여자 손님이 놓고 간 가방이 생각났다.

나는 택시 트렁크를 열고 캐리어 가방을 꺼냈다.

빨간색 가방의 손잡이에는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들어 보니 꽤나 묵직했다.

여자가 이렇게 무거운 가방을 끌고 다니면서 꽤나 고생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을 방에 가져다 놓고 잠시 망설이다가 가방을 열어 보았다.

혹시나 그 여자말대로 다른 사람의 가방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안의 내용물을 보면 주인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내가 이 가방을 가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가방을 열어보니 역시 여자 옷들이 한 가득 들어 있었다.

여행 가방 답게 속옷부터 시작해서 일체의 옷가지들이 한 가득 들어 있었다.

꽤나 비싸보이는 카메라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모두 꺼내 보니 이상한 것들도 많이 들어 있었다.

 

우선 두 개의 조그만 비닐 봉투 안에는 가발이 들어 있었다.

설마 진짜 가발일까 하는 생각에 봉투를 열고 꺼내보니 진짜 가발이었다.

이 여자, 여행 다니면서 왜 가발같은 걸 가지고 다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그 가발이 좀 이상했다.

일반 가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발이었다.

예전에 연극하는 친구가 있어서 소품으로 쓰는 가발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가발과는 달랐다.

가발의 뒷면을 살펴보니 검은 망이나 고정하는 핀 같은 것은 없고 진짜 사람의 피부와 똑같았다.

마치 어느 여자의 머리가죽을 벗겨낸 것만 같아서 좀 징그러웠다.

그리고 가발의 언저리 부분은 얇은 막이 붙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 건 핀으로 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피부에 붙이는 것 같았다.

만약 이런 가발을 쓴다면 절대로 눈치채지 못할 만큼 정교한 제품이었다.

 

그리고 약통처럼 보이는 것이 여러 개 나왔다.

한글은 하나 없고 온통 외국어로 써져 있어서 어디에 쓰는 약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 밖에도 봉투에 들어 있는 것들이 어러 개 있었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 봉투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모두 살펴 보았다.

 

제일 두툼한 봉투 안에서 나온 것은 피부색과 똑같은 전신 수영복이었다.

전체적인 모양은 몇 년 전 수영 선수들이 입었던 수영복과 비슷했다.

하지만 절대로 수영복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일단 그 표면이 마치 사람의 피부처럼 보일만큼 리얼하다는 것과, 팔과 다리 부분에는 진짜로 사람의 손과 발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구멍이 목과 다리 사이에 나 있었다.

이것은 마치 목부분만 없는 사람의 가죽처럼 보였다.

나는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서 그것을 내동댕이쳐 버렸다.

너무 징그러웠다.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었다.

 

나는 가방 안에 물건을 살펴보는 것을 그만 두었다.

이상한 것들이 잔뜩 나오는 바람에 더이상 살펴보기가 싫어졌다.

정작 그 안에서는 주인을 알 수 있을 만한 것들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담배 생각이 났다.

또다시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왔다.

담배를 피면서 그 안에 카메라가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카메라 뿐만 아니라 연결선도 있던 걸 보았다.

방에 돌아가 컴퓨터에 카메라를 연결시켜 보았다.

메모리 안을 살펴보니 용량이 128기가였다.

용량이 큰 만큼 그 안에는 사진과 동영상이 매우 많았다.

그런데 그 중에는 '이 카메라를 갖게 된 분에게'라는 이름의 폴더가 있었다.

웬지 나 보라고 만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폴더 안에는 동영상만 한가득 들어 있었다.

그 동영상에는 한글로 제목이 붙어 있었는데, '처음 보시는 분에게', '마스크 부착법', '전신 슈트 사용법'...이런 식이었다.

나는 그 중에서 '처음 보시는 분에게'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클릭해 보았다.

바로 동영상이 재생되었다.

그 동영상에는 아까 내 택시에서 내렸던 그 여자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안녕,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 가방을 갖게 된 것을 축하드려요.

가방 안에는 지금까지 제가 요긴하게 쓰던 물건들을 넣어놨어요.

부디 잘 사용하시기 바래요."

 

그러더니 화면에 웬 듬직하게 보이는 서양 남자의 모습이 비쳐졌다.

그 남자는 화면을 보면서 손을 흔들더니 곧 옷을 모두 벗었다.

남자의 벗은 몸을 보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았지만 나는 차마 그 동영상의 정지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남자가 옷을 다 벗자 처음에 나왔던 그 여자가 아까 슈트 케이스에서 봤던 전신 슈트를 들고 왔다.

그 여자는 카메라에 전신 슈트를 가까이 보여주면서 설명을 했다.

 

"여기 뒷 부분에는 미리 수축액을 발라 두었어요.

수축액의 농도와 양에 따라 이 가죽을 뒤집어 썼을 때 몸집이 달라져요.

그러니까 농도를 짙게 해서 바르고 이 가죽을 뒤집어 쓰면 덩치가 아주 작아지고, 묽게 해서 입으면 본인의 덩치와 비슷해지는 거죠.

물론 원리상 그렇다는 거고, 입는 사람에 따라 얼마나 작은 덩치로 변할지는 차이가 있겠지요.

그리고 당연히 본인 체격보다 매우 작은 몸집으로 바꾸려고, 지나치게 진한 농도로 바른 가죽을 뒤집어 쓰면 고통 때문에 기절할 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약한 농도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진하게 하세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여자는 남자에게 파란 약통과 노란 약통에서 알약을 꺼네 건네 주었다.

 

"파란 약통에 들어 있는 것은 일정 시간 동안 골격을 부드럽게 해주는 거에요.

슈츠를 입고 이것이 수축하게 될 때 제대로 체형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 약을 먹지 않으면 제대로 몸매가 살지 않아요.

그리고 노란 약통에서 꺼낸 약은 흔히 말하는 진통제죠.

고통에 적응이 되면 필요없게 되지만 처음에는 반드시 필요할 거에요.

정확한 용량은 제가 따로 수첩에 적어 놓았으니까 꼭 그대로 지키세요.

아참, 이 약.. 물론 공식적인 임상실험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나나 우리 동료들이 지금까지 복용하고도 아무 이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안심하셔도 되는데, 굳이 부작용을 든다면, 처음 사용했을 때에 약간의 시력 감퇴와 숨이 가빠오는 증세가 있을 수 있는데, 그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요."

 

그 약을 받아든 서양 남자는 아무 망설임 없이 물과 함께 그 약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나서는 신문지를 깔아 놓은 곳에 가서 가만히 서 있었다.

남자가 서 있는 곳으로 여자는 노란 통을 들고 왔다.

그 통을 건네받은 남자는 뚜껑을 열어 안에 담겨 있던 액체를 손에 담아 온 몸 구석 구석 바르기 시작했다.

여자도 마찬가지로 그 액체를 남자의 등이나 어깨에 발라 주었다.

 

"이건 흔히 구할 수 있는 오일이에요.

가죽을 좀 더 편하게 입게 하기 위한 거죠."

 

온 몸에 오일을 모두 바르고 난 뒤 남자는 드디어 가죽 수트를 입기 시작했다.

그가 들고 있는 가죽 수트는 정말이지 여자의 피부를 그대로 벗겨낸 것으로 보일 만큼 리얼했다.

그 표면의 질감하며 군데 군데 보이는 솜털은 정말 감쪽 같았다.

하지만 그 남자의 덩치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사이즈의 가죽 스트였다.

저게 과연 저 남자의 몸에 맞을지도 의문이고, 저걸 뒤집어 쓰면 도대체 어떤 모습이 될 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남자는 목 부분의 구멍을 양 손으로 벌려 다리를 집어 넣었다.

뜻밖에도 그 좁은 목부위의 구멍은 남자의 굵은 다리가 충분히 들어갈 만큼 벌어졌다.

마치 스타킹을 신듯 그는 오무라진 슈트에 발을 집어 넣고 조심스럽게 슈트의 발 부분에 자신의 발을 집어 넣었다.

한쪽 발을 모두 집어 넣은 뒤 남자는 쭈그려 앉아 발가락을 매만지고 있었다.

아마도 수트의 발가락에 자신의 발가락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은 식으로 남자는 나머지 다리도 슈트에 집어 넣었다.

남자는 수트를 가슴부위까지 끌어 올렸다.

그러구서는 잠시 자신의 몸매를 흩어 보면서 여자에게 뭐라고 했지만 이상한 영어 발음이라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여자는 유창한 영어로 남자에게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양 팔을 집어 넣었다.

슈트를 다 입고 난 남자의 몸은 반질반질해서 마치 살색의 수영복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 여자가 이 걸 뒤집어 쓰면 수축한다고 하더니만 전혀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살색의 잠수복을 뒤집어 쓴 것만 같았다.

원래 그 남자의 몸매가 그대로 남아 있고 그냥 피부색만 뽀얗게 바꼈을 뿐이었다.

 

변한 건 거의 없었다.

 

게다가 그의 다리 사이에는 그 남자의 커다란 주니어도 대롱 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 다음에 여자가 가져온 것은 살색의 커다랗고 묵직해 보이는 거들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그것을 건네 주기에 앞서 카메라에 가까이 대고 그 모습을 자세히 보여 주었다.

그 거들의 다리 사이에는 조금은 연한 갈색 털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을 뒤집으니 그 안에 대롱이 달려 있는 등 조금은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보다시피 이건 여자의 하복부를 그대로 흉내낸 거들이죠.

여기 대롱에 주니어를 집어 넣으면 이 것을 착용한 채로 소변도 볼 수 있어요.

물론 여자처럼 앉아서 볼일을 봐야 겠죠?

그리고 엉덩이 부분에는 두툼한 패드를 넣어 두었어요.

그러니까 이걸 입으면 완벽하게 여자의 하복부처럼 변해버리고 자세도 조금 꾸부정해져서 여자처럼 될 거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기에는 여자의 질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는 사실...!!!!

그러니까 이걸 착용하면 진짜 여자처럼 남자와 관계도 가질 수 있어요.

 

여기 질에 윤활액도 넣어주면 완벽....!!!!

물론 상대편 남자는 절대로 눈치채지 못해요.

하지만 신경이 연결되거나 한 건 아니니까 당연히 여자처럼 느끼지는 못합니다.

당신이 연기만 잘 한다면 절대로 상대방은 눈치채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호호호"

 

그렇게 말하고는 여자는 거들을 남자에게 건네 주었다.

남자는 그 거들에 다리를 넣고 자신의 하복부까지 쑤욱 잡아 당겼다.

물론 밀착시키기 전에 자신의 주니어를 내부의 관에 집어 넣었다.

그렇게 입고 서있는 그의 다리 사이는 어느 정도 여자처럼 보이기는 했다.

일단 치렁치렁하게 늘어져 있던 주니어가 사라지니 여자의 하복부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조금 어색했다.

그것은 그 거들 속에 들어간 그의 주니어의 윤곽선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에 의자에 앉은 남자에게 여자가 마스크처럼 생긴 것을 들고 왔다.

그 것 또한 실제 여자의 얼굴가죽을 벗겨낸 것으로 보일 만큼 정교한 마스크였다.

하지만 그냥 얼굴에 붙이는 것은 아니고 머리에 뒤집어 쓰는 형식인 것 같았다.

여자는 두건처럼 생긴 것을 남자에게 건네기에 앞서서 마찬가지로 설명을 했다.

 

"여기 뒷 면에도 아까 전신 슈트와 마찬가지로 수축액을 미리 발라뒀죠.

얼굴에 바르는 수축액은 그 양을 미세하게 조절하면 얼굴형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요.

처음에는 무리겠지만 조금씩 시험해 보세요.

익숙해지면 웬만한 얼굴은 모두 재현할 수 있을 거에요.

사실 여자들의 얼굴형은 특징만 잡아내면 거기서 거기에요.

능숙해지면 유명한 여자 연예인의 얼굴도 만들 수 있어요.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요?"

 

그러면서 여자는 남자의 얼굴에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뒤집어 씌우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바디 슈트를 입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무엇보다 상당히 조심스럽게 위치를 맞추는 기색이 역력했다.

입술의 위치를 맞추고 코의 끝선을 맞추는 등, 그들은 마스크가 제자리에 정확히 부착되도록 조심스럽게 매만지고 있었다.

 

그들이 그 중에서 제일 신경을 쓰는 부분은 역시 눈매였다.

아무래도 눈매가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인 듯 했다.

그들은 몇 차례나 핀셋으로 마스크의 눈꺼풀을 뒤집고 다시 조심스럽게 붙이기를 거듭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눈매를 다듬고 나서 그 남자가 눈을 껌뻑였을 때 그 눈매만큼은 완전히 달라진 것처럼 보였다.

아직 얼굴에 그 남자의 윤곽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여성스럽게 째진 눈매는 그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상을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한 듯이 보였다.

역시 사람의 인상은 눈이 반이상 차지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그는 거울을 보면서 신기한 듯이 연신 눈을 깜빡였지만 어색하게 보이는 구석은 하나도 없었다.

아니 조금은 어색하긴 했다.

깜박임 자체는 자연스러웠지만 눈을 떴을 때 눈꺼풀 상단에 미세하게 어색한 주름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

역시 완벽한 것은 없는 걸까?

 

이어서 그 남자는 욕실로 향했다.

욕실의 욕탕에는 이미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고 뜨거운 김이 모락 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자는 거기에 밀가루처럼 새하얀 가루를 붇고 그 것이 탕 안에서 잘 퍼지도록 휘저었다.

그러면서 또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바디 슈트가 즉시 수측하도록 도와주고, 수축된 슈트가 고정되도록 하는 분말이에요.

그러면서 동시에 슈트 안에 스며들면 피하지방처럼 변하죠.

그러니까 여자처럼 부드러운 피부로 만들어 주는 중요한 분말이에요.

이제 이 탕에 내 친구가 들어갔다 나오면 깜짝 놀랄 거에요."

 

슈트를 입은 남자가 탕 속에 들어갔다.

분말가루가 들어간 물은 마치 우유처럼 하얗게 변해 버렸다.

그 탕에 들어간 남자는 처음에는 마치 목욕을 하듯 느긋하게 탕 속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남자는 몸을 바르르 떨면서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그의 긴장한 팔뚝에는 근육과 함께 핏줄이 선명할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그는 탕 바깥에 손바닥을 밀착시키면서 차츰 밀려들어오는 고통을 참아내려고 하는 듯이 보였다.

아무래도 아까 말했던 대로 슈트가 수축하면서 생기는 고통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았다.

어느 새 그의 팔과 몸은 마치 활처럼 휘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남자는 연신 영어로 마구 욕을 내뱉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남자의 몸은 조금씩 욕탕 속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욕탕 밖으로 내밀었던 팔도 어느 새 탕 속에 얌전히 집어 넣었다.

그러고 나서 머리를 쑤욱 물 속에 집어 넣었다.

 

그러고 난 뒤 그가 욕탕 속에서 일어났을 때의 그의 몸은 이미 조금전 건장했던 서양남자의 그것이라고는 전혀 여겨지지 않는 동양적인 몸매의 여자로 바껴 있었다.

덩치도 어느 새 상당히 줄어들었고 몸매도 대단히 날씬해졌다.

영락없는 여자의 몸매였다.

동영상을 보고 있던 나는 그의 변해버린 몸매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말 여자의 몸매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 동영상을 보면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되리라고 짐작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생생하게 보니 그 놀라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탕에서 나와 샤워기로 물을 씻어내는 그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여자의 모습이었다.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온 물들은 그의 올목졸목한 허리선을 타고 흘러 엉덩이 부분에서 방울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살짝 몸을 비틀었을 때 그의 가슴에는 여자의 탐스러운 젖가슴까지 달려있었다.

분명히 처음에 들어갔을 때 그의 가슴팍에는 납작하게 오무라진 껍질이 달라 붙어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것이 마치 다시 꽃봉오리처럼 생생하게 튀어오른 것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 또한 자기 가슴에 달린 가슴을 신기한 듯 주무르기도 하면서 조심스럽게 몸에 붙은 우유빛 액체를 씻어내고 있었다.

이윽고 타올을 두르고 나온 그의 모습은 발그레한 것이 정말로 샤워만 하고 나온 여자처럼 보였다.

몸매 하나하나 얼굴 어디를 봐도 조금전 건장했던 서양 여자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지금 그는 매력적인 한국 아가씨의 몸매와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타올 위로 보이는 뽀얀 젖가슴 위로는 ..

세상에나, 가녀린 여자의 상징인 쇄골까지 감쪽같이 재현해 내고 있었다.

뚜렷하게 튀어나온 쇄골과 가느다란 목덜미...

그리고 슬림한 몸매...

그걸 보면서 나는 조금 전에 보았던 덩치 큰 서양 남자의 모습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벌써 내 머리 속에 그 남자의 모습은 희미하게 지워져 버렸다.

나는 놀랄 정도로 매력적인 이 여자의 모습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다리 사이는 완벽하게 푸욱 꺼져서 여성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아까 보았던 그 남자의 주니어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놀랐죠? 분명 놀랐을 거에요.

이제 슬슬 마무리 지어야겠죠?

아참 하나 또 남았네요. 목소리를 바꿔야죠.

이런 얼굴로 걸걸한 남자 목소리를 내는 건 참을 수 없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위아래가 뚫린 비닐을 하나 가져왔다.

 

“그냥 그대로 목에 붙여도 여자 소리로 바껴요.

이미 기본 세팅이 되어 있으니깐요.

하지만 여기에도 별도로 준비된 액체를 내부에 바르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가 있죠.

아기 같은 목소리도 가능하구요.

그 세세한 설명은 다음에 할께요.

 

남자는 여자에게 비닐을 받아서 그 안에 머리를 집어 넣었다.

그리고 쑤욱 끌어당겨 목 부분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목 전체를 어루만졌다.

설마 저것 만으로 정말 여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잠시 후 그의 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인 여자의 목소리였다.

걸걸하면서 굵었던 원래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이제 그녀는 마지막으로 남자에게 가발을 씌웠다.

그녀가 씌우고 있는 가발은 그의 얼굴과 몸에 걸맞는 검은 색의 생머리 가발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가발을 씌우고 가발 언저리에 달려있는 막을 그의 얼굴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나서 손에 크림을 덜어서는 그 끝 단에 조심스럽게 발랐다.

그러자 가발과 그의 얼굴 사이의 경계선은 사라지고 태어날 때부터 달려있는 머리카락인양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다음 빗과 드라이어로 머리를 매만지고 나자, 살짝 웨이브진 검은 머리카락이 흔들리면서 반짝이는 것이 정말 탐스럽게 보였다.

이렇게 해서 그의 모습은 완벽한 동양의 아니 한국적인 얼굴을 가진 아가씨로 변해 버렸다.

벌거벗은 그의.. 아니 이제 그의 모습은 더이상 ''라는 남성 대명사를 쓰기가 꺼려질 만큼 자연스러운 여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렇게 변해버린 그 아닌 그녀는 평범한 여자처럼 옷을 입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건 그가 스스로 했다.

아무래도 화장은 예전부터 자주 해왔는지 진짜 여자처럼 능숙하게 화장품들을 얼굴에 바르고 꾸몄다.

 

화장까지 끝낸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눈부셨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의 모습은 딱 한 마디로 말해서 청순하기 그지 없는 여자 그 자체였다.

그리고 머리는 틀어말아 올리고 목덜미에는 가느다란 솜털이 뽀송뽀송 나 있었다.

정말이지 어색한 구석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마치 국내 항공사의 스튜어디스처럼 보였다.

키나 몸매나 화장 스타일이 아무래도 스튜어디스 스타일을 참고한 것 같았다.

 

"어때요? 완벽하죠?

지금 James를 변신시킬 때 썼던 슈트며 약들 모두 그 가방 안에 들어 있어요.

그리고 안 쪽 주머니를 보면 설명서도 있을 거에요.

그리고 카메라 안에는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 많이 있을 거에요.

그걸 보면서 잘 연구하면 어떤 여자의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을 거에요.

물론 본인보다 지나치게 크거나 작은 사람으로는 변신할 수 없겠죠?

나는 당신에게 준 것과 똑같은 걸 여러 개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아무 댓가 없이 주는 거죠.

... 댓가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네요.

부디 잘 이용하시기 바래요

어떤 식으로 이용하든 상관 안해요

다만 즐겁게 사용하기만 바랄 뿐이죠.

한가지, 이쯤이면 눈치챘을 테지만 지금 내 모습은 내 진짜 모습이 아니에요.

이것도 변신한 모습이죠.

아마 조만간 우리 만나게 될 거에요

물론 그 땐 지금 이 모습이 아닌 다른 얼굴과 다른 몸이겠죠.

흥미가 있으면 주변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혹시 알아요? 그 사람 중에 내가 있을지?

만약에 그 쪽에서 날 찾는다면 포상을 해 드리죠.

포상은 뭐가 좋을까요?

.... 그래..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좋겠죠

 10?

그래요, 절 찾아 낸다면 10억을 드릴께요. 잘 찾아 보세요.

우선 그 가방 안쪽에 바퀴 있는 곳을 잘 살펴보면 주머니가 하나 숨겨져 있어요.

그 안에 현금 1,000 만원이 들어 있을 거에요.

우선 그 돈으로 여자 옷이나 기타 필요한 것들을 장만하세요.

그럼 우리 나중에 만나요....

꼭 다시 만나자구요.....